트럼프 행정부, 영주권 신분조정 심사 강화 추진


트럼프 행정부, 영주권 신분조정 심사 강화 추진

USCIS 새 메모에 영주권 신청자들의 불안감 확산

전문가들, "합법 절차 흔드는 조치…소송 불가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영주권 취득 절차의 핵심 통로인 '신분조정(Adjustment of Status)'에 대한 심사를 대폭 강화하는 정책을 내놓으면서 미국 이민사회 전반에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연방 이민서비스국(USCIS)은 지난 5월 21일 발표한 정책 메모에서 미국 내 신분조정을 '재량과 행정적 은혜에 따른 예외적 구제'로 규정했다. 이어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신분조정은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만 허용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이번 조치가 일부 영주권 인터뷰 현장에서 이미 적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영주권 신청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번 메모는 미국에 합법적으로 입국한 뒤 체류 신분이 만료됐거나 학생비자(F-1), 관광비자(B-2) 등 비이민 비자로 입국한 후 시민권자와 결혼하거나 취업이민을 신청한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에는 합법적으로 입국한 경우 체류 기간이 만료됐더라도 시민권자 배우자 또는 직계가족 초청을 통해 미국 내에서 영주권을 신청하는 사례가 많았다. 그러나 새 정책에 따라 이민 심사관들은 신청자가 왜 본국으로 돌아가 영사 절차를 밟지 않았는지, 왜 허가된 체류 기간 이후에도 미국에 머물렀는지 등을 보다 엄격하게 검토할 수 있게 됐다.

이민법 전문가들은 가족초청, 취업이민, 유학생, H-1B 전문직 종사자, 혼인 기반 영주권 신청자 등 광범위한 이민자들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가 불법 이민 단속뿐 아니라 합법 이민 절차 전반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행정부가 국경 통제와 국내 단속을 넘어 합법적으로 체류하며 영주권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도 새로운 장벽을 세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메리칸커뮤니티미디어(ACoM)가 지난 5일 개최한 브리핑에서 제프 조셉 미이민변호사협회(AILA) 회장은 "신분조정은 특별한 예외가 아니라 이민국적법 제245조에 명시된 합법적인 영주권 취득 경로"라며 "의회가 마련한 제도를 행정부가 정책 메모 하나로 사실상 뒤집으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신분조정은 해외 미 대사관이나 영사관을 통한 이민비자 절차와 동등하게 운영돼 온 제도"라며 이를 '예외적 구제'로 규정한 것은 법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줄리아 젤랫 이민정책연구소(Migration Policy Institute) 부소장도 "이번 메모는 가족관계를 통한 미국 내 신분조정 신청자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특히 관광비자나 학생비자로 입국한 뒤 체류 신분이 종료된 상태에서 시민권자와 결혼한 신청자들이 가장 큰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본국으로 돌아가 영주권 절차를 진행하라는 요구가 행정적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미국에서 180일 이상 불법 체류한 뒤 출국할 경우 3년 입국 금지, 1년 이상 불법 체류 후 출국할 경우 10년 입국 금지 규정이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젤랫 부소장은 "본국으로 돌아가라는 말은 일부 신청자들에게 사실상 영주권 취득을 포기하라는 의미가 될 수 있다"며 "가족과 장기간 떨어져 지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취업이민 분야 역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샤오 왕 바운들리스이민(Boundless Immigration) 대표는 "수십 년 동안 미국에서 공부한 유학생들이 OPT를 거쳐 H-1B 비자를 취득한 뒤 취업이민과 신분조정을 통해 영주권을 받는 것이 일반적인 경로였다"며 "이번 메모는 이러한 절차 전반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업들이 외국 인재 채용과 장기 고용 계획을 세우는 데도 부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왕 대표는 H-1B 및 L 비자와 같이 이른바 '이중 의도(Dual Intent)'가 인정되는 비자 소지자들조차 이번 메모상에서 명확하게 보호받는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합법적으로 일하고 범죄 기록이 없는 사람은 신분조정을 통해 영주권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가 오랫동안 유지돼 왔다"며 "그러나 이제는 그 기대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워싱턴포스트>는 미국 상공회의소를 비롯한 재계가 정부에 보다 명확한 지침을 요구하는 한편, 이번 정책이 기업 인력 운영과 인재 확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난민, 망명자, 특별이민청소년(SIJ), 일부 인도주의적 구제 대상자들은 이번 메모의 직접적인 적용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조셉 회장은 "난민과 망명자의 신분조정은 이민국적법 제209조에 따라 이뤄지기 때문에 이번 정책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며 "영사 절차 자체가 불가능한 특별이민청소년들도 제외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AILA는 이번 정책 메모가 일반적인 행정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시행된 점을 문제 삼아 소송을 검토 중이다. 일반적으로 새로운 규정은 공고와 의견수렴,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검토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이번 조치는 정책 메모 형식으로 현장 심사관들에게 즉시 전달됐다.


조셉 회장은 "국민과 이해관계자들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절차가 생략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메모에는 별도의 시행일이 명시돼 있지 않지만 실제 인터뷰 현장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고 있는 만큼 사실상 즉시 시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영향 가능성이 있는 신청자들은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해 자신의 상황을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왕 대표 역시 "영주권 면접을 앞둔 신청자들은 왜 미국 내 신분조정을 선택했는지에 대한 추가 질문에 대비해야 한다"며 "특히 학생비자, 관광비자, 혼인 기반 신청자, 체류 신분 공백이 있는 경우 더욱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0 Comments
제목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