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K 앙상블, 지난달 28일 페더럴웨이 공연예술센터서 정기연주회 개최


워싱턴 K 앙상블, 지난달 28일 페더럴웨이 공연예술센터서 정기연주회 개최

660석 만석에 '앵콜 또 앵콜’

오페라의 유령 서곡부터 군가 '전선을 간다'까지…장르 넘나드는 17곡 열연


워싱턴주를 대표하는 한인 합창 예술단체 워싱턴 K 앙상블(Washington K-Ensemble·WKE·음악감독 김법수)이 지난달 28일 페더럴웨이 공연예술센터(PAEC)에서 제14회 정기연주회를 열고 창단 15주년과 새 이름으로의 출발을 화려하게 알렸다.


1층과 2층을 합쳐 660석 규모의 공연장이 빈자리 없이 가득 찼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관객들의 앵콜 요청이 이어졌고, 합창단은 추가 공연으로 응답했다. 마지막 곡이 끝난 뒤에도 자리를 뜨지 못하는 관객들로 공연장은 한동안 열기로 가득했다.


◈ 클래식·성가를 넘나드는 1부… '할렐루야'가 관객의 가슴을 열다

이날 연주회는 '새로운 시작, 새로운 꿈(Begin Again, Dream Anew)'을 주제로 2부 17곡으로 구성됐다. 1부는 앤드루 로이드 웨버(Andrew Lloyd Webber)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The Phantom of the Opera)' 서곡으로 막을 열었다. 웅장한 오케스트라 선율이 공연장을 가득 채우며 관객들의 심장을 두드렸다.


이어 '찬양의 교향악(Symphony of Praise)'에서 솔로를 맡은 테너 조요셉(Joseph Cho), '만유의 주재(Beautiful Savior)'의 정춘길(Paul Jeong), 라틴어로 불린 '거룩하시다(Sanctus)'의 권수현(Suhyun Kwon)까지 이어지며 1부는 깊은 경건함 속으로 청중을 이끌었다.


1부의 감동을 완성한 것은 레너드 코언(Leonard Cohen)의 '할렐루야(Hallelujah)'였다. 유미진(Chloe Yoo)과 최진혁(Chad Choi)이 솔로로 나서 합창단과 함께 풀어낸 이 곡은 공연장 전체를 숨죽이게 만들었다. 1984년 처음 발표됐을 당시에는 세상의 주목을 거의 받지 못했던 이 곡은, 코언이 5년에 걸쳐 80편 이상의 초고를 쓰고 고치며 완성한 노래다. 


1994년 제프 버클리(Jeff Buckley)의 커버 버전이 나온 뒤 코언 본인조차 "내 것보다 훨씬 낫다"고 극찬했고, 2001년 애니메이션 영화 슈렉(Shrek)의 삽입곡으로 쓰이며 전 세계에 퍼져나갔다.


밥 딜런(Bob Dylan)부터 본 조비(Bon Jovi)까지 300개 이상의 커버 버전이 존재하는 이 곡은, 성경 속 다윗 왕과 삼손의 이야기를 빌려 인간의 사랑과 고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을 향해 '할렐루야'를 외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운명을 담아낸 세기의 명곡이다. 


'하나님의 사랑(Love of God)', '세상 모든 풍파 너를 흔들어(Count Your Blessings)', '주의 보혈(There's Power in the Blood)'이 그 뒤를 이으며 1부의 막이 내렸다.


◈ 봄의 소리 왈츠로 활짝 열린 2부… 한국 서정의 물결

인터미션 직후 소프라노 권수현이 선보인 요한 슈트라우스 2세(Johann Strauss II)의 '봄의 소리 왈츠(Frühlingsstimmen, Voices of Spring, Op. 410)'는 공연장의 분위기를 단숨에 봄날의 설레임으로 바꿔놓았다. 


'왈츠의 황제'라 불리는 슈트라우스 2세가 1882년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연회장에서 즉흥으로 작곡해 탄생한 이 곡은, 꽃이 피어나고 새들이 지저귀는 봄날의 풍경을 경쾌하고 사랑스러운 선율로 그려낸 만년의 걸작이다. 피아니스트 안선(Sun Ahn Gamble)의 반주와 함께 권수현의 소프라노가 화사하게 어우러지며 관객들의 탄성을 이끌어냈다.


이어 남성 합창단의 '행복을 주는 사람'과 여성 합창단의 '그리움만 쌓이네', 김소월의 시에 곡을 붙인 '못잊어', 풋풋한 첫사랑의 설렘을 담은 '첫사랑', 이범준 편곡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까지 한국 현대 가곡의 서정이 물결처럼 이어졌다.


◈ 6.25 보훈의 달… 군가 '전선을 간다'로 숙연한 감동

정규 공연의 마지막 두 곡은 6월 한국 보훈의 달과 6.25전쟁 76주년에 맞춘 특별한 선곡이었다. 마크 헤이즈(Mark Hayes) 편곡의 '여리고의 전쟁(Battle of Jericho)'에 이어, 이해심 편곡의 대한민국 국군 군가 '전선을 간다'가 울려 퍼지며 공연장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지휘자 김법수 감독은 무대에서 "며칠 전 6월25일이 6.25전쟁 76주년이었다"며 "합창단 역사상 군가를 부른 적이 없었는데, 오늘 이 군가로 6.25를 함께 기억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밝혔다. 소프라노 권수현의 솔로로 시작된 이 곡은 눈 덮인 전선을 행군하며 젊은 생명을 바친 이들의 희생을 담아내며 객석 곳곳에서 눈물을 자아냈다. 


지휘자는 "남자 단원들 중 군대를 갔다 온 사람이 별로 없는데, 여자 단원들이 특전사 대원처럼 부른다"는 말로 긴장된 분위기를 유머로 풀기도 했다.


◈ 앵콜 또 앵콜… '연안부두'와 'I Will Follow Him'으로 대미

정규 공연이 끝난 뒤에도 관객들의 박수와 앵콜 요청이 멈추지 않았다. 합창단이 앵콜로 꺼내든 곡은 이범준 편곡의 '연안부두'였다. 지난해 공연에서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불렀던 합창단이 스스로 약속한 대로 올해는 인천 연안부두를 찾은 것이다.


1979년 김트리오가 발표한 이 노래는 인천 연안부두를 즐겨 찾았던 작사가 조운파가 그곳에서 목격한 이별하는 사람, 해후하는 사람,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삶의 애환을 담아 만든 곡이다. 


트로트와 록, 펑크 리듬을 결합한 세련된 편곡으로 발표 이후 인천 연고 프로야구팀들의 응원가로 자리 잡으며 전 국민의 사랑을 받아온 이 곡은, 이날 공연장의 한인 동포들에게 고국의 부두 위 정취를 고스란히 되살려냈다. 


마지막 앵콜곡인 영화 '시스터 액트(Sister Act)'의 'I Will Follow Him'이 경쾌하게 울려 퍼지며 공연의 대미를 장식했지만, 공연장을 떠나는 관객들의 발걸음은 좀처럼 가벼워지지 않았다.

이날 무대에는 단원 44명 외에도 시애틀 지역 전문 연주자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가 함께했다. 


워싱턴 K 앙상블은 킹카운티 문화예술재단 4Culture의 주요 후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으며, 자세한 정보는 공식 웹사이트(wceusa.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기사‧사진=시애틀코리안데일리 김승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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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K 앙상블 제14회 정기연주회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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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K 앙상블 김법수 지휘자가 열정적으로 지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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