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금과 클라리넷, 그리고 목소리…벨뷰 융합예술전 '컬러 오브 코리아' 60여명의 관객을 홀리다


해금과 클라리넷, 그리고 목소리…벨뷰 융합예술전 '컬러 오브 코리아' 60여명의 관객을 홀리다

▶ 7월 12일 유안루아트센터, 회화·해금·클라리넷이 한 무대에

▶ 화가 미라 김 "관객이 그림 속 색을 귀로 듣기를 바랐다"

▶ 재니스 잔 하원의원 등 60여명 참석…"가슴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감정 느꼈다"


벨뷰의 유안루아트센터에서 회화와 음악, 시가 하나로 어우러지는 융합예술 전시 '컬러 오브 코리아 – 리스닝 투 더 보이스 오브 단종'이 지난 12일 일요일 오후 5시 열려 60여 명의 관객이 함께했다.


◈ 화가 미라 김 "그림 속 색을 귀로 들려주고 싶었다"

이번 행사를 기획하고 회화를 맡은 미라 김 작가는 추상화가 바실리 칸딘스키의 예술관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칸딘스키는 음악을 보고 싶어했고, 저는 관객이 그림 속 색채를 귀로 들을 수 있기를 바랐다"고 설명했다.


이어 "엘리나가 해금을 직접 연주하는 이유도 관객이 각 작품에 담긴 색을 소리로 느끼기를 바랐기 때문"이라며 "음악과 그림, 그리고 우리 삶의 이야기가 하나로 어우러지는 서사적 교감의 자리가 되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이날 무대에는 미라 김의 연작 회화 8점과 함께 해금 연주자 엘리나 솔 김, 클라리넷 연주자 제임스 매코트, 그리고 특별출연으로 줄리 시에가 함께했다. 엘리나 솔 김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제임스 매코트는 뉴욕 바드 칼리지 및 바드 음악원 출신이다.


특별출연한 줄리 시에는 머서아일랜드 시의원이자 이날 행사가 열린 유안루아트센터의 대표를 맡고 있어, 예술 행정가이자 무대 위 아티스트로서 이중의 역할을 소화했다.


◈ 세종의 사랑에서 단종의 위엄까지…8개 작품에 담긴 이야기

미라 김 작가는 현장에서 8개 작품을 하나씩 직접 소개했다. 첫 번째 작품은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할 당시의 마음, 즉 백성을 사랑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배경으로 그렸다.


두 번째 작품은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올랐던 단종을 그렸는데, 슬픈 처지에도 끝까지 왕으로서의 위엄을 지킨 단종의 내면을 표현했다. 세 번째 작품은 흔히 악인으로 알려진 한명회를 호랑이에 빗대어 그렸다.


김 작가는 "한명회라는 인물은 한 사람의 존재를 넘어, 늘 우리 주위에 있는 어떤 어둠의 세력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네 번째 작품은 말없이 묵묵히 옆에서 충성을 다한 시녀 매화를 주제로 했다.


김 작가는 "매화는 가녀리고 연약하지만 끝까지 왕을 지킨, 조용한 영웅"이라고 표현했다.


◈ 해금의 울림과 '세노야'…줄리 시에의 목소리가 더한 감동

다섯 번째 작품 '시간을 잇는 소리'는 역사와 현대를 사는 우리가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지에 대한 물음에서 출발했다. 김 작가는 역사적 사실이나 기록보다 마음을 울리는 사건으로 사람들이 서로 연결된다고 보고, 심금을 울리는 악기인 해금을 이 작품의 주제로 삼았다.


이 대목에서 무대에 오른 곡이 '세노야'다. 엘리나 솔 김의 해금 선율 위로 줄리 시에가 목소리를 얹으면서, 그림과 악기, 노래가 한데 어우러지는 이날 공연의 정서적 정점 가운데 하나를 만들어냈다.


시의원이자 예술 행정가로 지역사회에서 활동해온 줄리 시에가 무대 위에서 직접 노래하는 모습은 관객들에게도 특별하게 다가왔다. 네 번째 작품 '남아있는 온기'에는 영화 '왕과 함께 산 남자'의 삽입곡 '벗(친구)'이 연주됐다.


줄리 시에는 이 곡을 단아하면서도 여린, 그러나 후반부로 갈수록 힘 있게 뻗어나가는 목소리로 소화했다. 말없이 옆을 지킨 시녀 매화의 충심을 그린 그림 앞에서, 곡의 잔잔한 시작과 힘 있는 마무리가 대비를 이루며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였다는 평이 나왔다.


특히 줄리 시에는 어린 시절 미국으로 건너온 대만계로 한국어를 전혀 알지 못한다. 그런 그가 한국어 가사로 '벗'을 부르면서 스스로도 한국적인 정서 같은 것을 느꼈다고 소감을 전해, 언어의 장벽을 넘어선 이날 무대의 울림을 더했다.


이 밖에도 첫 작품 '고요 아래에서'에는 '아리랑', 두 번째 '시간에 멈춘 화살촉'에는 '망각(Oblivion)', 세 번째 '호랑이의 얼굴'에는 '까르미나 부라나'가 연주되며 각 작품의 정서를 음악으로 뒷받침했다.


해금과 클라리넷이라는 이질적인 두 악기가 한 무대에서 번갈아, 때로는 함께 소리를 냈는데, 해금 특유의 떨리는 듯한 음색과 클라리넷의 부드럽고 서양적인 음색이 교차하면서 그림 속 감정을 한층 섬세하게 풀어냈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 엄흥도의 양심, 그리고 무덤이 말하는 죽음

여섯 번째 작품은 단종의 시신을 수습한 엄흥도를 그렸다. 김 작가는 엄흥도의 행동을 충성된 신하의 모습, 즉 로열티로만 이해했지만, 생각할수록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봤다.


그는 "한 인간 대 인간으로서 양심을 버리지 못해 마지막 가는 왕의 시신을 수습한 것"이라며 이 작품에 '양심의 색'이라는 주제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 작품에는 별도의 연주 없이 정적 속에서 그림과 이야기만으로 여백을 채웠다.


일곱 번째 작품은 무덤을 통해 죽음이라는 주제를 다뤘다. 김 작가는 삶의 희로애락 끝에는 결국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죽음이 기다리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 작품에는 '벗'이 이어지며, 죽음 앞의 정적과 노래의 잔잔한 위로가 겹쳐졌다. 마지막 여덟 번째 작품은 '희망'을 주제로 했다.


김 작가는 기원전 8세기에 활동한 이사야 선지자의 비전에서 영감을 받았다며 "모든 죽음 앞에서도 우리에게는 소망이 있고, 그 소망이 있기에 우리는 살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로 8개 작품의 여정을 마무리했다고 설명했다. 이 마지막 순서에는 '아이 드림드 어 드림(I Dreamed a Dream)'이 연주되며 전시 전체를 마무리하는 곡으로 무대에 올랐다.


◈ "가슴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감정"…60여 명 함께한 자리

이날 행사에는 구광일 주시애틀총영사관 문화영사, 워싱턴주 제41선거구(벨뷰 남부·머서아일랜드·뉴캐슬 등) 재니스 잔 하원의원, 페더럴웨이 청소년오케스트라 설립자인 공홍기목사,  K-Now의 켈리스 팔렛 등 60여 명이 참석했다.


행사에 참석한 레지나 채 씨는 그동안 이런 형식의 전시와 공연을 여러 차례 다녀봤지만, 이날 마지막 곡이 끝나는 순간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어떤 감정을 느꼈다고 소감을 전했다.


회화와 해금, 클라리넷, 그리고 노래가 한 흐름으로 이어지는 구성이 단순한 감상을 넘어 관객들의 정서를 깊이 건드렸다는 반응이 여러 참석자들 사이에서 나왔다. 전시는 관객이 프로그램북 마지막 페이지에 자신만의 '색'을 직접 적어보는 참여형 순서로 마무리됐다.


"당신의 색은 무엇인가"라는 질문 아래 관객들은 단종의 삶을 따라가며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전시는 여운문화재단이 주최하고 주시애틀대한민국총영사관과 유안루아트센터가 후원했다.


<기사·사진=시애틀코리안데일리 김승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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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금 연주자 '엘리나 솔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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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노래를 준비한 '줄리 시에' 시의원이자 유안루 예술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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