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산불 시즌 절정…주정부 “대피는 화재 발생 전 준비가 핵심”


캘리포니아 산불 시즌 절정…주정부 “대피는 화재 발생 전 준비가 핵심”

산불 위험 농촌 넘어 도심까지 확산…캘리포니아주 전역 대응체계 강화

“비상가방 준비하고 집·직장에서 최소 3개 대피 경로 미리 확인해야”


캘리포니아가 연중 산불 위험이 가장 높은 시기를 지나면서 주정부가 산불 진화뿐 아니라 주민들의 사전 대피 준비와 지역사회 대응 역량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지사 비상관리실(Cal OES) 관계자들은 지난 20일 아메리칸커뮤니티미디어(ACoM)가 마련한 언론 브리핑에서 최근 산불 위험이 전통적인 농촌·산악지역을 넘어 인구가 밀집한 도심지역까지 확대되고 있다며, 화재 발생 이후가 아닌 평상시부터 대피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월 발생한 이튼 화재와 팰리세이즈 화재에 이어 이달 칼라베라스 카운티에서 발생한 갠 화재는 1만300에이커 이상을 태우고 1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개빈 뉴섬 주지사는 이 화재로 해당 카운티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Cal OES 위기커뮤니케이션 담당 부국장 매트 노틀리는 “지금은 산불 시즌의 절정으로 매일 새로운 산불이 주 전역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이러한 화재는 지역사회를 빠르게 위협하고 지역 자원을 고갈시키기 때문에 신속하고 조율된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주민 보호는 사후 대책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화재가 발생하기 전부터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000개 소방기관 연결…위험지역에 장비·인력 사전 배치

캘리포니아주는 산불이 발생한 뒤 진화하는 기존 방식에서 한발 더 나아가 위험 기상 상황이 예상될 경우 인력과 장비를 미리 배치하는 예방 중심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Cal OES가 운영하는 캘리포니아 소방·구조 상호지원 시스템은 1,000개 이상의 지방 소방기관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하고 있다. 특정 지역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해 자체 대응 능력을 넘어설 경우 다른 지역의 소방차와 급수차, 소방 인력, 지령 요원 등을 신속하게 투입하는 방식이다.


올해 들어 당국은 위험한 화재 기상 상황에 대비한 카운티들의 사전 배치 요청 46건을 이미 승인했다. 지난해에는 이 같은 사전 배치 지원에 약 6,100만 달러가 투입됐다.

캘리포니아는 다른 주와의 공조도 확대하고 있다. 지난 7월 이후 텍사스와 미네소타 등 산불 위험이 높은 12개 주에 소방 인력과 장비를 파견했다.


첨단 기술도 산불 대응에 활용되고 있다. Cal OES는 적외선과 열화상 카메라를 장착한 항공기를 이용하는 ‘화재 통합 실시간 정보 시스템(FIRIS)’을 운영하고 있다.

FIRIS는 산불의 진행 방향과 위협받는 지역, 대피가 필요한 곳과 추가 자원을 투입해야 할 지역 등을 수분 내 파악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올해 들어서만 324차례 비행했으며 캘리포니아 모든 카운티에서 이용할 수 있다.


이튼·팰리세이즈 화재 피해 3만5,000가구에 1억7,700만 달러 지원

대형 산불 피해 주민들에 대한 장기적인 복구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뉴섬 주지사는 지난 6월 이튼·팰리세이즈 화재 생존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연방재난관리청(FEMA) 개인지원 프로그램의 기한을 2027년 7월 9일까지 연장했다.


현재까지 3만5,000가구 이상이 지원을 받았으며 지원 규모는 1억7,700만 달러를 넘어섰다. 1,200가구 이상에는 임시주거 지원도 제공되고 있다.

산불 위험 알지만 실제 준비는 부족…‘인식-행동 격차’

주정부가 특히 주목하는 문제는 주민들이 산불의 위험성을 알고 있으면서도 실제 대피 준비까지는 하지 않는 이른바 ‘인식-행동 격차’다.


Cal OES 공보 담당 관리자 다비나 마페스는 지역사회 파트너들과 실시한 최근 연구에서 주민들이 산불 대비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는 비율은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마페스는 “감정적 압도감과 비용, 여러 가지 우선순위가 구체적인 행동을 가로막고 있다”며 복잡한 설명보다 주민들이 당장 실행할 수 있는 준비사항을 단계별로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레디 캘리포니아(Ready California)’ 캠페인은 스페인어를 포함한 25개 언어로 재난 대비 가이드와 영상, 소셜미디어 자료 등을 제공하고 있다. 정신건강을 고려한 ‘마음을 위한 응급처치 키트’와 5단계 준비 카드 등도 마련됐다.

“이민 신분 묻지 않는다”…모든 주민 대피지원 대상

이번 브리핑에서는 이민자들이 체류 신분에 대한 우려 때문에 재난 발생 시 대피나 정부 지원을 주저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강조됐다.


마페스는 캘리포니아주의 긴급 대피 쉼터는 이민 신분과 관계없이 모든 주민에게 열려 있다며 “이민 관련 정보를 공유할 필요가 없고 대피 지원은 모든 사람에게 제공된다. 아무도 신분을 묻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나파와 레이크 카운티에서 이민자와 농업 노동자, 노인,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활동하는 지역 교육자 오마이라 밥티스타는 재난 상황에서 주민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산불 자체만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혼자 남겨지고 아무런 정보도 없다는 느낌”이라며 “간단한 준비 단계를 설명해 주면 두려움이 힘으로 바뀌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고 말했다.

장애인·노약자는 맞춤형 대피계획 필요

장애인과 노약자 등 재난 취약계층은 더욱 구체적인 사전 계획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산타로사의 장애인 서비스·법률센터 소속 스티븐 베라는 장애인의 경우 교통수단뿐 아니라 이동 보조기구와 복용약, 서비스 동물, 의사소통 방법, 간병인 문제까지 고려해 대피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재난 정보를 한 가지 통신수단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메일을 확인하지 못하거나 정전 안내를 무심코 삭제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문자와 전화, 음성메시지 등 여러 경로를 통한 정보 전달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베라는 주민들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준비로 ‘비상용 가방(Go Bag)’을 꼽았다.

가방에는 휴대전화 충전기와 복용약, 현금, 손전등, 신분증 등 필수품을 미리 넣어두고, 집과 직장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대피 경로도 최소 3가지씩 파악해 둘 것을 권고했다.

그는 “가족이나 친구들과 확실한 계획을 미리 세워두면 위기가 닥쳤을 때 가방을 들고 계획대로 움직이기만 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캘리포니아 당국은 대형 산불이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주민 개개인의 사전 준비가 생명을 지키는 첫 번째 방어선이라며, 특히 언어와 이민 신분, 장애 여부 등으로 재난 정보에서 소외되는 주민이 없도록 지역사회와의 협력을 더욱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0 Comments
제목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