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티노 표심 다시 흔들린다


라티노 표심 다시 흔들린다

2024년 트럼프 지지층 14% “중간선거 민주당 후보”…10%는 아직 미정

생활비·일자리·주거·의료비 최대 현안…이민단속 방식도 주요 변수


2024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확대에 힘을 보탰던 라티노 유권자들의 표심이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다시 유동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를 라티노 유권자들이 다시 민주당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단순한 흐름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정 정당에 대한 충성도가 약해지고 경제 상황과 후보, 정책에 따라 선택을 바꾸는 ‘스윙 유권자’ 성격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메리칸커뮤니티미디어(ACoM)가 지난달 28일 개최한 ‘라티노 표심과 변화하는 미국 유권자’를 주제로 한 전국 언론 브리핑에서도 전문가들은 라티노층에서 양당 모두에 대한 회의감이 커지는 ‘디얼라인먼트(dealignment·정당 소속감 약화)’ 현상에 주목했다.


이날 브리핑에는 공화당 정치전략가이자 『The Latino Century』 저자인 마이크 마드리드, Equis Research의 마리아 이사벨 디 프랑코 키뇨네스 선임연구국장, 버지니아유니언대학 엘리 발렌틴 부학장, UnidosUS의 클라리사 마르티네스 데 카스트로 라티노 투표 이니셔티브 부회장이 참석했다.


2024년 대선 당시 트럼프가 라티노 유권자층에서 이전 선거보다 지지를 크게 늘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공화당 쪽으로 장기적인 정치적 재편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Pew Research Center의 검증 유권자 분석에 따르면 트럼프는 2024년 라티노 유권자의 48%를 얻어 2020년 36%, 2016년 28%보다 크게 높아졌다.


하지만 최근 흐름은 보다 복합적이다.

ACoM 브리핑에서 소개된 Equis Research의 최신 조사에 따르면 2024년 트럼프에게 투표했던 라티노 유권자의 약 14%는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답했으며, 또 다른 10%는 아직 어느 쪽을 선택할지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움직임은 연령과 성별, 지역 등 여러 계층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Equis 측은 설명했다.


디 프랑코 키뇨네스 국장은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단순한 정당 재편이라기보다 훨씬 더 유동적인 유권자층”이라며 민주당에 대한 정당 일체감은 약해졌지만 그렇다고 공화당에 대한 정당 일체감이 그만큼 높아진 것도 아니라고 분석했다.


특히 2020년 대선에 참여하지 않았거나 2024년 처음 투표한 비정기 유권자층의 움직임이 관심을 끌고 있다. Equis는 라티노 유권자의 경우 선거마다 새롭게 투표에 참여하거나 빠지는 비율이 다른 유권자층보다 상대적으로 높아 후보와 당시 현안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라티노 표심을 움직이는 가장 큰 현안은 역시 경제 문제인 것으로 나타났다.

UnidosUS가 올해 실시한 전국 조사에서는 생활비가 라티노 유권자들의 가장 중요한 현안으로 꼽혔고 임금·일자리, 의료비, 주거비 등이 뒤를 이었다. 이민 문제 역시 주요 현안이지만 경제 관련 문제들이 우선순위 상단을 차지했다. 지난 5월 조사에서는 생활비 60%, 임금·경제 40%, 의료비 37%, 주거비 27% 순으로 나타났다.


마르티네스 데 카스트로 부회장은 라티노 성인 가운데 노동계층 비중이 매우 높은 만큼 물가와 임금, 주거비 등 가계가 직접 체감하는 경제 문제가 정치적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ACoM 브리핑에서도 전문가들은 경제 문제가 수십 년간 라티노 유권자들의 핵심 관심사였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생활비 부담은 아시아계 유권자들에게도 중요한 현안으로 나타났다.

APIAVote와 AAPI Data가 지난 8월 발표한 ‘2026 AAPI 유권자 조사’에 따르면 아시아계 유권자의 90%가 생활비와 물가를 투표 결정에 ‘매우 중요’하거나 ‘극도로 중요’한 문제로 꼽았다. 의료는 82%, 일자리·실업과 소셜시큐리티·메디케어는 각각 80%, 교육은 79%로 조사됐다. 범죄·공공안전과 외교정책은 각각 78%, 인종차별·증오범죄 73%, 이민 68% 순이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뉴욕시장 선거에서 민주사회주의 성향의 조란 맘다니가 라티노 유권자가 많은 지역에서도 지지를 얻은 현상 역시 단순한 이념적 좌향 이동만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ACoM 브리핑 참석자들은 생활비와 주거비 등 일상적인 경제 문제와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만이 후보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을 내놨다.

경제와 함께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단속 방식에 대한 평가도 라티노 표심 변화의 한 요인으로 제시됐다.


Equis와 UnidosUS 조사에서는 라티노 유권자들이 국경 관리나 이민법 집행 자체를 일률적으로 반대한다기보다 장기간 미국에서 생활해온 이민자와 지역사회까지 광범위하게 영향을 받는 단속 방식에 우려를 나타내는 경향이 확인됐다. UnidosUS의 2026년 조사에서는 장기체류 서류미비자에게 시민권 취득 경로를 제공하는 방안에 전체 응답자의 53%가 찬성했으며, 공화당 성향 응답자 중에서도 38%가 이를 지지했다.


정당과 후보들의 부족한 유권자 접촉도 라티노 표심의 유동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UnidosUS가 올해 텍사스 예비선거에 참여한 히스패닉 유권자 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53%가 정당이나 후보, 관련 단체로부터 선거와 관련한 연락을 전혀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아시아계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2026 AAPI 유권자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42%가 민주당으로부터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답했고, 공화당의 경우 연락을 받지 못했다는 응답이 58%에 달했다. 이를 반대로 보면 민주당과 접촉했다는 응답은 58%, 공화당은 42%였다.


전문가들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통해 라티노 유권자들의 정당 지지 변화와 실제 투표 참여 수준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는지 보다 분명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마드리드는 ACoM 브리핑에서 2024년 트럼프가 얻은 라티노 표 48%를 공화당의 고정 지지층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지적하면서, 이번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후보들이 어느 정도의 라티노 지지를 유지하는지가 장기적인 변화 여부를 판단할 지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최근 조사들이 보여주는 흐름은 라티노 유권자들이 한쪽 정당으로 일제히 이동하고 있다기보다 양당에 대한 소속감이 약해진 가운데 생활비와 일자리, 주거, 의료비, 이민정책 등 자신들의 생활과 직접 연결된 문제를 중심으로 후보를 판단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는 데 가깝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유동성이 2026년 중간선거에서 어떻게 실제 투표로 이어지는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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