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칸토합창단, 가을밤 아름다운 화음으로 물들여
이수진 지휘자, “1960년대 음악부터 현대 대중가요까지…추억과 감성 함께 나누는 무대”
전기정·티모시 케네디·조혜경·조영웅·최시내·김형웅 등 특별출연…오페라·국악까지 풍성
추억과 그리움, 사랑의 기억을 아름다운 화음으로 되살린 가을 음악회가 페더럴웨이에서 펼쳐졌다.
벨칸토합창단은 지난 26일 오후 7시 페더럴웨이 공연예술센터(Federal Way Performing Arts & Event Center)에서 ‘추억이 피어나는 곳(Where Memories Bloom)’을 주제로 2026 정기연주회를 개최했다.
이수진(Soojin Lee Torrigiotti) 음악감독 겸 지휘자가 이끈 이번 공연은 삶의 순간순간과 함께해 온 친숙한 노래를 통해 관객들이 저마다 가슴속에 간직해 온 기억과 감성을 다시 떠올릴 수 있도록 꾸며졌다. 이수진 지휘자는 공연에 앞서 관객들에게 직접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이번 음악회의 특징을 ‘다양성’과 ‘추억’으로 설명했다.
이 지휘자는 “저희 벨칸토합창단 음악회에 와주셔서 대단히 감사드린다”며 “전형적인 합창단 공연과는 다소 다르게 1960년대 음악부터 다양한 명곡과 가곡, 현대 대중가요까지 여러 장르의 곡들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어 “관객들이 노래를 들으며 추억 속으로 빠져들고 서로의 감성을 공유할 수 있도록 곡을 선정했다”며 “특별 출연진도 다양하게 구성해 열린 음악회 형식으로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지휘자는 벨칸토합창단이 직업이나 종교 등 서로 다른 배경을 넘어 오직 노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인 아마추어 합창단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합창단원들은 직업과 종교를 초월해 오직 노래를 사랑하는 분들로 구성돼 있다”며 “아마추어인 만큼 다소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최선을 다해 준비했으니 힘찬 격려의 박수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석주 벨칸토합창단 단장도 브로셔 인사말을 통해 이번 공연에 담긴 의미를 전했다.
이 단장은 젊은 날의 설렘과 기쁨, 슬픔과 사랑, 추억과 그리움이 담긴 노래들이 관객들의 마음속에 머물러 있던 기억과 감정을 다시 깨우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며 “음악이야말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따뜻한 언어”라고 강조했다.
무대는 합창이라는 한 장르에 머물지 않았다. 클래식과 가곡, 동요, 대중가요에서 오페라와 재즈, 국악까지 폭넓은 음악을 한 공연에 담아 이수진 지휘자가 밝힌 대로 ‘열린 음악회’를 연상시키는 다채로운 무대로 꾸며졌다.
1부에서는 ‘엄마야 누나야·섬집아기’를 시작으로 세계적으로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오 대니 보이(Oh Danny Boy)’, 뮤지컬 명곡 ‘도레미 송’, 엔니오 모리코네의 ‘넬라 판타지아(Nella Fantasia)’ 등이 잇따라 연주되며 객석을 추억 속으로 이끌었다.
이어 소프라노 전기정이 특별출연해 ‘마중’과 ‘이탈리아 거리의 노래’를 들려줬으며, 피아니스트 조혜경과 조영웅은 피아노 듀오 무대를 선사했다. 두 사람을 비롯해 재즈 싱어 티모시 케네디, 가야금 연주자 최시내, 첼리스트 김형웅 등이 이번 음악회의 특별출연진으로 이름을 올렸다.
남성중창단의 무대도 색다른 분위기를 만들었다. 남성 단원들은 ‘인생’,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토요일 밤’을 선보이며 혼성합창과는 또 다른 깊고 힘있는 화음으로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어 벨칸토합창단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고향의 노래’를 들려줬으며, ‘새야 새야 파랑새야’에서는 노래와 무용이 어우러져 한국적인 정서를 무대 위에 펼쳐냈다.
2부는 이수진 지휘자가 직접 소프라노 솔리스트로 무대에 오르며 분위기가 한층 고조됐다.
이 지휘자는 벨칸토합창단과 함께 오페라 ‘카르멘’의 대표 아리아인 ‘하바네라(Habanera-Love Is a Rebellious Bird)’를 선보이며 지휘자뿐 아니라 성악가로서의 면모도 보여줬다.
이수진 지휘자는 이탈리아 밀라노의 주세페 베르디 음악원을 졸업했으며, 오페라 ‘라 보엠’의 미미 역으로 이탈리아 무대에 데뷔한 뒤 이탈리아와 스위스, 미국 등에서 오페라와 오라토리오, 콘서트 솔리스트로 활동해 왔다.
성악 지도와 지휘 활동도 병행해 왔으며 벨칸토합창단 창단 이후 지휘를 맡아왔다.
한국적 선율과 서양 악기의 만남도 관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최시내의 가야금과 김형웅의 첼로가 만나 ‘아리랑’을 연주하며 동서양 악기의 색다른 조화를 들려줬다.
시애틀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재즈 뮤지션 티모시 케네디는 ‘Autumn Leaves’와 ‘My Way’를 선보이며 재즈 특유의 자유로운 감성을 더했다.
공연 후반부에는 ‘바램’, ‘가시나무’, ‘사랑을 위하여’, ‘어메이징 그레이스(Amazing Grace)’ 등이 이어졌다. 익숙한 선율이 흘러나올 때마다 관객들은 노래에 얽힌 자신만의 기억을 되새기며 무대와 교감했다.
마지막 곡 ‘희망의 나라로’는 과거의 추억과 그리움에서 출발한 공연을 미래를 향한 희망으로 마무리하며 이날 음악회의 대미를 장식했다.
벨칸토합창단은 나이와 직업, 종교 등 서로 다른 삶의 배경을 가진 단원들이 노래에 대한 사랑 하나로 모인 혼성합창단이다. 이번 무대에는 소프라노와 알토, 테너, 베이스 등 각 파트 단원들이 참여해 그동안 꾸준한 연습을 통해 다듬어 온 화음을 선보였다.
이번 공연은 음악과 지역사회를 사랑하는 후원자들의 지원으로 무료로 마련됐다. 벨칸토합창단은 프로그램북을 통해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수준 높은 공연을 지역사회에 무료로 나누고 음악을 통한 정서적·문화적 봉사를 이어갈 수 있었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석주 단장은 “오늘의 공연이 여러분 각자의 삶 속에 소중한 기억과 감정을 다시 피워내고 오래도록 따뜻한 울림으로 남기를 소망한다”고 전했다.
‘추억이 피어나는 곳’이라는 제목처럼 이날 공연은 단순히 노래를 듣는 음악회를 넘어 부모와 가족, 친구와 고향, 사랑과 이별 등 누구나 마음 한편에 품고 살아가는 기억들을 음악으로 다시 만나는 자리였다.
벨칸토합창단의 따뜻한 화음과 다양한 장르의 특별무대는 세대와 문화의 경계를 넘어 객석과 무대를 하나로 연결하며 페더럴웨이의 가을밤을 아름답게 물들였다.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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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라노 김현경의 ‘새야 새야 파랑새야’의 연주에 맞춰 샛별무용단이 무용을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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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카르멘 중 가장 유명한 아리아 ‘하바네라’ 공연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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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이 ‘하바네라’의 집시여인 카르멘을 연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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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시내와 김형웅이 가야금과 첼로로 아리랑을 연주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