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영사관이 '음악 살롱'으로…워싱턴코랄, 고향 그리움 달랜 한가위 음악회


총영사관이 '음악 살롱'으로…워싱턴코랄, 고향 그리움 달랜 한가위 음악회

워싱턴코랄, 시애틀총영사관 다목적실서 미국 건국 250주년 기념 제9회 정기연주회 개최

시애틀 총영사관, '재외공관 문화·예술 공간화' 사업·하반기 한국문화주간 맞아 공간 개방

 

추석 연휴의 여운이 남은 가을 저녁, 주시애틀총영사관에 한국 가곡과 미국의 노래가 어우러진 합창이 울려 퍼졌다.


시애틀 지역 한인 합창단 워싱턴코랄(지휘 김유승·반주 남현선)은 지난 27일(일) 오후 5시 주시애틀총영사관에서 미국 건국 250주년을 기념하는 제9회 정기연주회를 열었다. 워싱턴코랄과 총영사관이 공동 주최한 이번 연주회에는 소프라노 7명, 알토 6명, 테너 4명, 베이스 3명 등 단원 20명과 현악 4중주단이 무대에 올랐다.


◈ 공관이 동포 문화 사랑방으로…다목적실을 '음악 살롱'으로 열어


이번 연주회는 총영사관 다목적실에서 열렸다. 평소 회의와 행사에 쓰이던 이 공간이 이날만큼은 동포들이 가까이서 음악을 즐기는 아담한 '음악 살롱'으로 바뀌었다.


총영사관이 공간을 연 데에는 두 가지 배경이 있다. 먼저 재외공관을 딱딱한 행정기관이 아니라 동포와 현지 주민이 함께 문화와 예술을 누리는 공간으로 만들려는 '재외공관 문화·예술 공간화' 사업의 일환이다. 또 총영사관이 하반기에 진행하는 '한국문화주간' 사업과도 맞물렸다. 민원 업무를 보러 찾던 공관이 동포 예술인들의 무대가 되고, 한국 문화를 나누는 사랑방 역할까지 하게 된 셈이다.


연주자와 관객의 거리가 가까운 작은 공간인 만큼, 관객들은 단원들의 숨소리와 표정까지 느끼며 공연에 몰입했다. 김유승 지휘자는 "미국 건국 250주년과 한국문화주간을 맞아 총영사관이 좋은 자리를 마련해 줬다"며 감사를 전했다. 그는 휴일인 일요일에도 리허설부터 공연까지 함께해 준 영사와 직원들에게도 고마움을 표했다.


◈ 베토벤 합창으로 연 무대…'대니 보이'·'아메리카 더 뷰티풀'로 건국 250주년 기려


연주회는 '할렐루야'를 노래하는 베토벤의 '천사의 합창'으로 막을 열었다. 이어 이율구 작곡의 '세상을 사는 지혜'가 이어졌다. 김 지휘자는 "젊었을 때는 멜로디 위주로 부르던 노래가, 나이가 들면서 가사가 마음에 와 닿는다"며 곡을 소개했다.


미국 건국 250주년을 기념하는 곡으로는 아일랜드 민요 '대니 보이'와 '아메리카 더 뷰티풀'을 골랐다. 김 지휘자는 19세기 영국의 압박이 극심하던 시기 많은 아일랜드인이 미국으로 건너와 나라를 일구는 데 힘을 보탰다며 선곡 배경을 설명했다. '대니 보이'는 아일랜드 전통 선율 '런던데리 에어'에 영국 작사가 프레더릭 웨덜리가 1913년 가사를 붙인 노래로, 전쟁터로 떠나는 아들을 보내는 부모의 애틋한 마음을 담았다는 해석이 널리 알려져 있다.


'아메리카 더 뷰티풀'은 시인 캐서린 리 베이츠가 1895년 콜로라도 파이크스피크 정상에서 내려다본 풍경에 감동해 쓴 시에 새뮤얼 워드의 곡을 붙인 노래다. 미국의 '제2의 국가'로 불릴 만큼 사랑받는 곡으로, 이날 합창단은 '광활한 하늘과 호박빛 곡식의 물결'을 노래하며 250주년의 의미를 되새겼다.


독창 무대에서는 소프라노 이정아가 '강 건너 봄이 오듯'(송길자 시·임긍수 곡)을, 소프라노 노경아가 '그리운 금강산'(한상억 시·최영섭 곡)을 불렀다. '그리운 금강산'은 분단으로 갈 수 없는 금강산을 향한 그리움을 담은 곡으로,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가곡으로 꼽힌다.


테너 서문성은 '마이 웨이'를 열창했다. 김 지휘자는 이 곡이 흔히 미국 노래로 알려져 있지만 원래는 프랑스 샹송이라고 소개했다. 이 곡은 1967년 프랑스 가수 클로드 프랑수와 작곡가 자크 르보가 만든 샹송 '늘 그렇듯이(Comme d'habitude)'에 폴 앵카가 영어 가사를 붙인 노래로, 1969년 프랭크 시나트라가 불러 세계적인 명곡이 됐다.


◈ 박상영·이성주 이중창에 박수갈채…'가고파'·'상록수'로 마무리


이날 가장 큰 박수를 받은 무대는 테너 박상영과 바리톤 이성주의 이중창이었다. 두 사람은 지난 8월 29일 워싱턴코랄 주최로 페더럴웨이 제일장로교회에서 듀오 콘서트 '공감'을 열어 호평을 받았다. '두 개의 깊은 울림, 하나의 감동'을 주제로 한 이 무료 공연에서 두 사람은 클래식 가곡부터 오페라 아리아까지 폭넓은 무대를 선보였고, 이날도 남현선이 반주를 맡았다. 두 사람은 2024년 4월 어번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0주기 추모문화제에도 함께 출연해, 박상영은 '목련화'를, 이성주는 '시간에 기대어'를 불러 관객들의 마음을 울린 바 있다.


경희대 성악과를 졸업한 박상영은 국립합창단과 수원시립합창단 단원으로 활동한 뒤 미국에 정착했으며, 현재 워싱턴주에서 솔리스트이자 합창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다. 이성주는 부산대를 졸업한 뒤 미국 루스벨트대와 드폴대에서 공부했으며, 미국을 대표하는 오페라단인 시카고 리릭 오페라 단원으로 활동했다.


두 사람은 먼저 비제의 오페라 '진주조개잡이' 1막 이중창 '신성한 사원 깊은 곳에서(Au fond du temple saint)'를 불렀다. 한 여사제를 함께 사랑해 우정이 깨졌던 두 친구가 신성한 사원에서 다시 우정을 맹세하는 장면을 그린 곡으로, 테너와 바리톤의 음색이 어우러지는 대표적인 오페라 이중창이다. 무대에서는 '프랑스의 모차르트'로 불린 비제가 생전에 흥행을 거두지 못했고, 이 오페라도 '카르멘'이 그의 사후에 크게 성공하면서 재조명됐다는 해설도 곁들여졌다.


이어진 '향수'는 정지용 시인이 1927년 발표한 시에 김희갑이 곡을 붙인 노래다. 월북 문인으로 분류돼 오랫동안 금지됐던 정지용의 작품은 1988년 해금됐다. 이듬해인 1989년 테너 박인수와 가수 이동원이 함께 부른 '향수'는 성악과 대중가요를 넘나든 한국 크로스오버 음악의 효시로 꼽힌다.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라는 후렴이 울려 퍼지자, 객석 곳곳에서 고향을 떠올리는 관객들의 모습이 보였다.


마지막 합창 무대는 한국인이 사랑하는 가곡들로 꾸며졌다. 첫 곡 '가고파'는 이은상 시인이 1932년 고향 마산의 바다를 그리며 쓴 시에 김동진이 1933년 곡을 붙인 한국 1세대 가곡이다. 이어 '저 구름 흘러가는 곳'(김용호 시·조성은 곡)을 불렀고, 앙코르 성격의 마지막 곡으로 김민기의 '상록수'를 불렀다. 1977년 발표된 '상록수'는 '우리 나갈 길 멀고 험해도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는 가사로 고난을 함께 이겨 내는 한국인의 정서를 담아 오랫동안 사랑받아 왔다.


알래스카 출장 중인 총영사를 대신해 참석한 조영미 영사는 축사에서 "올해는 미국 건국 25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라며 "지난 250년간 다양한 사람들이 미국을 이뤄냈듯, 한인 합창단도 성실함과 헌신으로 지역사회를 풍요롭게 하고 한미 양국을 잇는 힘이 되어 줬다"고 말했다. 이어 "추석 보름달이 모두를 품어 주듯 음악에는 언어와 세대를 넘어 마음을 하나로 잇는 힘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총영사관도 동포사회가 문화와 예술로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한국 문화의 가치를 알릴 수 있도록 곁에서 든든히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조 영사는 이날 초등학생과 중학생 자녀와 함께 연주회를 찾았다.


연주회가 끝난 뒤에는 단원 가족들이 이틀 동안 준비한 음식을 관객들과 나눴다. 김 지휘자는 "연주홀에서 공연을 마치고 인사만 하고 헤어지는 것이 늘 아쉬웠다"며 "유럽의 살롱 음악회처럼 귀한 분들을 모시고 음악과 음식을 함께 나누는 자리를 이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코랄은 내년 창단 10주년을 맞아 더 큰 무대를 준비할 계획이다.


이번 연주회는 여러 단체와 기관이 후원했다.


▲주시애틀총영사관 ▲워싱턴주 한인의날 축제재단 ▲워싱턴주 한인상공회의소 ▲타코마한인회 ▲광역시애틀한인회 ▲페더럴웨이 한인회 ▲SHK 그룹 ▲CBMC ▲카크래시 워싱턴 ▲라마다 호텔 턱퀼라 사우스센터 ▲미디어한국 ▲KBS WA ▲KOAM TV ▲시애틀코리안데일리 ▲한국일보 ▲시애틀 소망장로교회 ▲페더럴웨이 벧엘침례교회

<시애틀코리안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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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싱턴 코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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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유승 워싱턴 코랄 지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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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싱턴 코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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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싱턴 코랄 소프라노 이정아가 '강 건너 봄이 오듯'을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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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싱턴 코랄 노경아 소프라노가 '그리운 금강산'을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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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너 서문성이 '마이 웨이'를 열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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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너 박상영과 바리톤 이성주의 이중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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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미 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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