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창 권다향, 매주 금요일 열정의 국악 강의 펼쳐


명창 권다향, 매주 금요일 열정의 국악 강의 펼쳐

아리랑은 나를 찾아가는 기쁨의 노래 

한국 제자들 60주년 기념발표차 시애틀 방문 예정 


지난 4월 28일 페더럴웨이에 소재한 시애틀 한인문화센터에서 명창 ‘권다향’씨의 2주차 국악 강의가 열정적으로 펼쳐졌다. 

이날 국악 강의는 ‘노들강변, 밀양아리랑, 창부타령, 제주민요 너영나영(너랑나랑)과 홀로 아리랑을 강의했다. 권다향씨는 살아있는 국악인 중 몇몇 손안에 드는 국악 명창이다. 


이날 참석한 수강생들은 본인들이 지금 국악 최고의 저명 인사에게 교육을 받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권다향씨의 국악계 인맥은 그녀가 살아온 삶만큼 넓고 화려하다. 권씨의 스승은 배뱅이굿의 유명 국악인 이은관(국가무형문화재 제29호)씨이며 서도민요의 대가 박준형(국가무형문화재 제29호)씨가 후배다. 또 주변에 국가무형문화재가 널려있다. 


권씨의 이날 강의는 국악 한 소절 한 소절 구체적으로 지적하며 강의했다. 또 수강생을 몇 개의 그룹으로 나눠 부르며 서로 상대 팀을 평가하는 등 재미나게 진행됐다. 

가요 홀로아리랑은 “일본이 독도를 다케시마라며 자기들 섬이라고 떼쓰는데 독도와 통일을 노래한 이 노래가 이 시기에 필요하다”고 선곡 이유를 밝혔다. 


이날 강의에서 권 씨는 우리가 아무 뜻 없이 부르는 아리랑에 대한 뜻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아리랑에서 ‘아’는 나를 의미하고 ‘리’는 이치를 깨닫는다는 뜻이며, ‘랑’은 즐겁다다. 또 ‘고개를 넘는다’란 의미는 사람의 인생은 좋고 나쁜 일이 교차하는 희로애락의 인생 고개를 지난다는 뜻이다. 따라서 아리랑은 나의 삶의 역정을 지나 나를 찾는 노래”라고 정의했다. 


이날 공연은 ‘장구’ 가락 하나로 진행됐다. 권다향씨의 장구에 대한 사랑은 남다르다. 그도 그럴 것이 국악계 장구의 최고 장인, ‘선산소리타령’의 주인공 최창남(국가무형문화 제19호)씨로부터 장구를 배웠다. 권 씨는 “최창남 선생이 내 장구 소리를 좋아하셔서 공연에서 나에게 장구 치는 것을 시켰다”라고 자랑했다. 


권씨는 “모든 노랫가락은 장구 하나만 있으면 신명 난다”며 “시애틀 한인 단체 초청 공연은 대부분 음향 장치 수준이 나쁘며 심지어 음향을 다루는 TV 방송국의 장비도 실망스러운데 장구만 있으면 해결된다”며 장구 예찬을 펼쳤다. 

권다향씨는 “우리 민요는 따로 배울 필요가 없어요, 이미 우리 몸에 배어있어 몇 번만 들으면 금세 따라 할 수 있고 그렇게 흥얼흥얼하면서 실력이 느는 것이다”라고 했다. 


또 “노래를 잘 부르는 방법은 국악, 가요가 따로 없다”라며 “노래를 책 읽듯이 부르는 경우가 많은데 배에 힘을 주고, 입을 크게 그리고 마무리는 고요한 물이 폭포가 되어 떨어져 출렁거리듯이 흔들며 끌어줘라”라고 강조했다. “배에 힘을 주고 제대로 노래를 부르면 폐활량이 늘어나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고 곁들였다. 그러나 노래를 깊이 있게 배우려는 사람이라면 “음정 박자는 기본이고 강약과 높낮이, 발음, 감정 등 4대 요소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다향씨는 “이렇게 정기적으로 국악 강의를 할 수 있는 전문 문화센터가 시애틀에 있는 것에 감사하다”며 “적은 수의 수강생이 찾아오더라도 국악 강의를 계속하고 싶다”라며 국악을 사랑하는 교민들의 강의 수강을 기대했다. 

이날 열정적이고 걸걸한 입담으로 강의를 진행한 권다향씨의 과거 활동은 화려하다. 


권씨는 70년대 국악인 중에서 대중에 인기를 많이 받아 방송국 출연은 물론 지방공연 일본, 월남 위문공연까지 가수, 코미디언과 같이 국가에 부름(?)을 받아 반강제적으로 갔다. 

특히 월남공연은 그녀에게 큰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베트콩’이 쏜 폭탄이 위문공연장에 떨어졌으나 천우신조로 불발돼 목숨을 건졌다. 


당시 이 상황을 같이 겪은 김세레나씨가 TV에 나와 증언하기도 했다. 그 사건은 무대의 마지막 시간 때였다. 장병들은 환호성을 치고 있었고, 가수들은 신나게 노래를 부르고 있을 때 갑자기 포탄이 떨어졌다. 권씨 표현에 의하면 “갑자기 관객석 군인들이 바닷물 갈라지듯이 순식간에 없어지고 누군가 연예인들을 방공호로 급히 대피시켰다. 아니 쓸어넣었다”라며 “이후 수십 발의 폭탄 터지는 소리가 났다고” 증언했다. 


월남 위문공연 당시 권 씨는 수송기, 헬리콥터 등 안 타본 군용기가 없을 정도로 종횡무진 공연을 다녔다. 특히 산봉우리에 있는 1개 소대를 위해서 공연 간 적도 있다며 “아마 베트콩들이 그 헬기에 총을 쏘았다면 난 여기 없었을 것”이라고 당시를 회고했다. 

70년대 권씨는 이런 유명세로 일본교포 위문공연도 하러 갔다. 


1970년대 ‘일본 엑스포’에 맞춰 방문했는데 당시는 북한의 조총련의 위세가 대단했던 시절, 이때 권씨는 식당에서 식사 도중 ‘만경봉’호로 납치당할 뻔했다며 식당 뒷문으로 목숨을 걸고 도망쳤다는 영화 같은 경험을 

이야기했다. 


권다향씨의 이런 롤러코스트 같은 인생역정은 남진, 나훈아, 이미지, 조미미 등 당시 인기 절정의 가수들과 같이 이동하고 기숙하며 지냈다. 이런 경험이 권 씨가 국악을 하고 있지만 다른 장르의 음악도 즐기는 이유다. 그래서 권다향씨는 자신의 국악 공연에서도 가요를 자주 부른다. 


명창 권다향씨는 팔순을 바라보고 있다. 이제 권씨의 소망은 나이 먹고 기력이 없어지기 전에 좋아하는 국악과 즐거운 시간을 갖고 싶어한다. 권씨는 “그 즐거운 시간의 시작이 ‘시애틀 한인 문화센터’의 국악 강의”라고 말한다. 

권다향씨는 2023년 작은 계획이 있다. 첫 번째는 오는 부처님 오신 날(28일) 타코마의 서미사에서 국악 공연을 한다. 이날은 남도민요, 서도민요와 회심곡(回心曲)을 부른다. 


특히 회심곡은 인간의 도리, 삶의 지혜 따위를 근본에서부터 다시 생각하게 하는 철학적인 노래이다. 코앞의 삶에 매달려 사느라 기본 도리조차 제대로 못 갖추고 헤매는 우리를 다시 돌아보게 하는 ‘회심곡(回心曲)’을 국악 명창에게 직접 들을 좋은 기회다. 

또 하나는 한국의 제자들과 함께 오는 9월 28일 추석 때 ‘권다향씨 국악 60년 기념공연’을 한다. 

지금 그녀는 이 공연을 위해 하루 4시간씩 연습 불꽃을 태우는 중이다. 


1~5. 권다향씨의 강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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